처녀를 좋아하는 것은 남자들의 슬픈 습성이다.
다른 남자를 안아 버린 여자를 만날 때 우리 남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의 문 한 짝이 닫혀버리곤 한다.
우란분재(盂蘭盆齋)의 향불에서 피어나는 정령들의 향기처럼 남자를 아는 여자에겐 너무 많은 세상이 묻어 있다.
이 여자를 안은 남자, 이 여자를 안은 남자를 안은 여자, 이 여자를 안은 남자를 안은 여자를 안은 남자...... .
한 사람과 관계하는 것이 곧 세상 전체와 관계하는 것이라는 진실은 얼마나 끔직한가.
한 사람의 타자(他者)가 곧 타자 전체라는 사실을 잊기 위해 남자들은 처녀를 사랑한다.
- 이인화 '초원을 걷는 남자' 中에서..